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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이어폰으로 돌아간 석 달, 음질보다 컸던 장점

유선 이어폰으로 돌아간 석 달, 음질보다 컸던 장점
유선 이어폰으로 돌아간 석 달, 음질보다 컸던 장점

솔직히 고백하면, 처음엔 오기였습니다.

봄에 무선 이어폰 배터리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3년 가까이 썼으니 수명이 다한 거죠. 새 걸 알아보다가 문득 서랍 안쪽에 굴러다니던 유선 이어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달만 이걸로 버텨보고 살까.” 그렇게 시작한 게 벌써 석 달이 넘었고, 아직 새 무선 이어폰을 사지 않았습니다.

예상과 다른 지점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건 음질이 아니었습니다.

무선으로 넘어갈 때는 몰랐던 것

무선 이어폰을 처음 샀을 때의 해방감은 지금도 기억납니다. 가방에서 케이블을 풀어내던 그 3초가 사라졌으니까요.

그런데 3년을 쓰면서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는 걸, 유선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충전 걱정이라는 습관입니다. 자기 전에 케이스를 꽂았는지 확인하고, 외출 전에 잔량을 보고, 통화가 길어지면 남은 퍼센트를 흘끗거리는 것. 이게 다 무의식적으로 쓰던 신경이었더군요.

가장 컸던 변화: 생각할 게 하나 줄었습니다

석 달 동안 제일 좋았던 점을 하나만 꼽으라면 이겁니다. 꽂으면 소리가 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 페어링 화면을 볼 일이 없습니다.
  • 노트북에서 폰으로 넘어갈 때 연결이 꼬이지 않습니다.
  • 지하철에서 소리가 뚝뚝 끊기는 일이 없습니다.
  •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지 않습니다.

특히 세 번째가 컸습니다. 사람이 많은 환승 구간에서 무선 이어폰이 끊기던 건 제품 문제라기보다 2.4GHz 대역이 붐비기 때문인데, 유선은 애초에 그 경쟁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전파가 아니라 구리선으로 신호가 가니까요. 당연한 얘기인데, 매일 겪으니 체감이 다릅니다.

재택근무 중 화상회의에서도 비슷했습니다. 회의 중에 배터리가 떨어져 한쪽 귀만 살아 있던 경험, 겪어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그 불안이 없어졌습니다.

여름을 나보고 알게 된 것들

한여름을 유선으로 나면서 예상 못 한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드러났습니다.

좋았던 건 무게와 열입니다. 요즘처럼 땀이 많은 시기에는 귀에 꽉 차는 형태가 부담스럽습니다. 제가 쓰는 건 귀에 걸치는 오픈형에 가까운 유선 이어폰인데, 귀 안이 덜 답답합니다. 밀폐형 무선 이어폰을 끼고 한 시간 걸으면 귀 안이 축축해지던 게 확실히 덜합니다.

아쉬운 건 케이블이 옷에 쓸리는 소리입니다. 겨울 외투를 입을 때는 몰랐는데, 얇은 반팔 차림에서는 케이블이 팔에 스칠 때마다 귀에 둔탁한 소리가 전달됩니다. 이걸 터치 노이즈라고 하는데, 걷는 동안 계속 신경 쓰입니다. 목 뒤로 케이블을 넘겨 옷 안으로 통과시키니 많이 줄긴 했지만,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습니다. 이건 유선의 구조적 한계에 가깝습니다.

포기해야 했던 것 — 노이즈캔슬링

솔직하게 적겠습니다. 제일 아쉬운 건 노이즈캔슬링이 없다는 점입니다.

무선 이어폰을 쓸 때는 카페에서 버튼 한 번으로 주변 웅웅거림을 눌러버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게 안 되니, 시끄러운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볼륨을 올리게 됩니다. 이게 좀 위험한 습관입니다. 소음이 큰 환경에서 음량을 계속 높이는 건 청력에 좋을 리 없거든요. 이어폰 사용과 청력 관련 소비자 안전 정보는 한국소비자원에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규칙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시끄러운 곳에서는 음악을 듣지 않는다. 볼륨을 올리는 대신 그냥 끕니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지금은 그 시간이 오히려 편합니다.

두 번째 아쉬움은 단자 문제입니다. 요즘 스마트폰에는 3.5mm 단자가 없는 경우가 많아 어댑터를 하나 더 들고 다녀야 합니다. 이 작은 어댑터가 은근히 잘 없어집니다. 결국 저는 USB-C 단자를 그대로 쓰는 유선 이어폰으로 바꿔서 이 문제를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요

석 달째 여전히 유선을 씁니다. 다만 무선을 완전히 버린 건 아닙니다. 설거지할 때나 운동할 때처럼 손이 자유로워야 하는 상황에는 예전 무선 이어폰을 씁니다. 배터리가 짧아진 상태라 오래는 못 쓰지만 30분이면 충분하거든요.

결국 제 결론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상황을 나누는 문제였습니다.

이런 분께는 유선을 한번 권하고 싶습니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분, 회의나 통화가 잦은 분, 연결이 끊기는 것에 유난히 스트레스를 받는 분. 반대로 이동이 많고 손에 뭔가를 들고 있는 시간이 긴 분, 소음이 큰 환경에서 자주 듣는 분에게는 여전히 무선 쪽이 맞습니다.

무선 이어폰 배터리가 슬슬 줄어드는 시점이라면, 바로 새것을 지르기 전에 서랍 속 유선을 2주만 써보시길 권합니다. 저처럼 석 달이 될지도 모릅니다.

참고자료


작성: IT Gadgets Editorial Team | 최초 작성일: 2026.08.15 | 최종 업데이트: 2026.08.15

사진: Smithsonian (Unsplash)

이 주제가 처음이라면 이어폰부터 스피커까지, 오디오 기기 글을 차근차근 안내하는 지도에서 전체 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 4.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